일본에서 취업, 이직, 창업의 실패로 인한 일곱 번의 좌절 끝에 여덟 번째에 '인터클로스'로 성공한 사업가이자 명강사인 카야노 카츠미씨는 자신의 저서 에서 이(異)업종교류회를 활용하는 것이 약자의 성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또 이업종교류회를 통해 인맥이 생기면 어떤 비즈니스도 훨씬 수월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소기업가 동호회와 윤리법인회, 타케다 란체스터 전략사장 학원, 야즈야 성공철학회 등 몇몇 이업종교류회 모임에 10년 이상 참여하고 있다. 이런 모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에 도움이 되는 많은 사람을 알게 되며, 서로의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불확실하고 매 순간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때문에 사업가들은 누군가와 상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들을 갖고 있다. 특히 인재를 구하기 힘들고 사업경험이 적은 중소 벤처기업인의 경우 아이디어의 시장화 과정에서 더 많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사업상의 고충을 털어놓고 상의할 만한 상대도 찾기가 쉽지 않다. 같은 업종에서 사업을 하는 사업가끼리는 경쟁심리와 회사기밀 유출 등을 우려하여 상호 간에 사업과 관련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업종 기업인간에는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애로나 경영 노하우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나 정보교류가 쉽게 이루어 질 수 있으며, 공동 기술개발이나 사업협력까지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산하에 6월말 현재 6,989개의 다양한 업종의 기업인들이 327개 교류회에서 자발적으로 정보교류와 사업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날 한국 경제와 기업의 발전과정을 돌아보면 선진국 경제나 기업들을 모방하면서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남의 것을 베껴서 성장하는 동안에는 해외정보에 밝고 값싼 인력을 이용하여 값싸게 물건을 생산해 팔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우선 선진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에게 특허나 기술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해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등과 같이 세계에서 1등하는 주요 품목이나 산업들은 비싸게 외국의 기술이나 특허를 사고 사려고 해도 살 것이 별로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같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기업 현실에서 이업종교류회의 활성화는 창조경제시대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산업화 시대에 한국경제발전을 견인해 왔던 협회나 경제단체들은 회원사들의 기득권 보호나 시장장벽을 높여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막는 등 창조경제시대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회원사들의 이익보호에만 골몰하는 듯한 현재의 모습으로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반기업 정서만을 키우고 자신들의 존립기반 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다행히 중소벤처기업인들의 자생적인 모임인 중소기업융합중앙회와 산하조직인 이업종교류회는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업종교류회의 운영과정에서 미흡했던 점들을 국가차원에서 보완해 준다면 중소 벤처기업들이 상호 협력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공동 융합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으며, 창조경제 실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이업종 간 교류와 협력은 일본처럼 별도의 지원법이 없이 '중소기업기술촉진법'상 공동 기술개발 지원 규정이나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상 협업지원 등 미약한 근거 규정에 입각하여 제한적인 지원만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18대 국회에서 추진하다가 중단된 중소기업 이업종 교류지원관련법 제정을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소 벤처기업인들도 이업종교류회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교류회의 장점을 활용하여 융ㆍ복합 관련 사업을 도모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확장 기회로 선용하길 기대한다.
이병욱 동아시아지속가능발전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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