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국세청 등의 도움을 받아 대대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에 나선 것은 해묵은 추징금 문제를 이번에는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이날 장남 재국씨 소유 출판사인 시공사 등 사무실과 전 전 대통령 자택 및 자녀들의 주거지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과 압류 처분에 9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 데서도 이 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 개정안)의 발효로 추징 시효가 연장되고 가족 등 제3자로 추징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실효성 있는 추가 환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오랫동안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2,205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지만 지난 17년 동안 추징된 금액은 전체의 24%인 533억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당초 올해 10월에 만료되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시효를 앞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집행 전담팀을 꾸렸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특별수사를 한다는 각오로 계좌 추적, 압수수색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추징에 나서 달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후 검찰은 전담팀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추징금 집행 방법 검토에 들어갔다.
여론을 등에 엎은 정치권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미납 추징금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면서 '전두환 추징법' 논의에 들어갔고, 일사천리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추징 시효가 당초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돼 2020년 10월까지로 시효가 7년 늘어났고, 가족 등 제3자로 추징 대상도 확대됐다. 전 전 대통령 은닉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미납 추징금 환수 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를 읽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이 납부해야 할 추징금은 1,672억원이다. 전 전 대통령은 2010년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300만원을 낸 뒤 더 이상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 또는 지인 명의로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는 한편 소송 제기 등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향후 관건은 은닉 재산의 입증 여부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재국씨 소유 시공사나 야생화 단지 허브빌리지 등 가족 소유 재산의 경우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또는 비자금과의 연관성이 입증돼야 추징이 가능하다. 또 소유 재산의 원천이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증가한 재산에 대해선 어디까지를 은닉재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압수수색에 이어 재국씨 소유의 페이퍼컴퍼니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경우 전 전 대통령 측이 '무마용'으로 은닉재산 일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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