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의 4개 대회 연속 우승은 아쉽게 불발됐다. 하지만 박희영(26ㆍ하나금융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대 72홀 최소타 타이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박희영은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ㆍ6,33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 컵을 들어올렸다.
대회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26언더파 258타로 안젤라 스탠퍼드(미국)와 동타를 이룬 박희영은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3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스탠퍼드를 따돌렸다.
최저타 타이 기록으로 우승
박희영은 2011년 11월 CME 타이틀 홀더스에서 LPGA 투어 첫 샴페인을 터뜨린 이후 2년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박희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16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했다.
박희영은 이번 대회에서 26언더파 258타를 쳐 역대 LPGA 투어 72홀 사상 최저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전에는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가 2004년 웰치스 프라이스 챔피언십에서 이 타수를 기록했다.
박희영은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3.74점을 받아 지난 주보다 16계단 상승한 21위를 차지했다.
그는 "퍼트가 너무 잘 됐고 운도 좋았다.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로지 샷에만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승 상금으로는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다. 강아지를 살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3타 차를 다시 뒤집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박희영은 스탠퍼드의 기세에 눌려 한 때 3타 차까지 뒤졌다.
그러나 막판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4번 홀과 15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더니 17번 홀(파3)에서 스탠퍼드와 동타를 만들어 LPGA 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승부는 3차 연장전 두 번째 샷에서 갈렸다. 박희영은 234야드를 남기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가뿐히 올렸다. 반면 스탠퍼드는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너무 짧아 그린에 100야드 못 미친 벙커에 빠졌다. 이글 퍼트를 홀 30㎝에 붙인 박희영은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켰다.
국내에선 일찌감치, 미국에선 뒤늦게
박희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다. 2003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하이트컵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박희영은 국내 무대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른 뒤 2007년 퀄리파잉(Q)스쿨에서 3위를 차지하고 LPGA 무대에 진출했다.
박희영은 미국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2011년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95전 96기 만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대림대학 사회체육학과 교수인 아버지 박형섭씨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박희영은 장타자이면서 쇼트 게임 능력도 갖춘 선수로 통한다. 올해 평균 비거리는 252.87야드로 LPGA 전체 47위다. 그의 여동생 박주영(23ㆍ호반건설) 역시 KLPGA 투어에서 뛰는 '골프 자매'다.
이날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박인비는 16언더파 268타를 쳐 공동 14위에 그쳤다. 14주 연속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킨 박인비는 "10번 홀과 18번 홀을 제외하고는 퍼트가 좋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퍼트가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다음 주 18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개막하는 마라톤 클래식에 출전해 시즌 7승에 도전한다.
베테랑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가 3위(23언더파 261타)에 올랐고, 이미나(31ㆍ볼빅)는 4위(20언더파 264타)에 자리했다. 최나연(26ㆍSK텔레콤)과 강혜지(23ㆍ한화), 양희영(24ㆍKB금융그룹)은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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