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세수입이 작년보다 10조원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5월말 현재 목표치 대비 징수 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이 40%를 겨우 넘겨,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목표 대비 세수 감소폭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4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민석(민주당) 의원 등에 제출한 올 세수실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말까지 걷은 세금은 82조1,26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1조1,345억원)에 비해 9조83억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10조6,000억원이 감소했던 2009년 이하 가장 많은 결손액이 발생한 것이다.
세수진도율은 5월말 기준으로 목표 대비 41.3%에 그쳐, 최근 3년간 같은 기간 평균치(47.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안민석 의원은 "이 추세라면 상반기에만 10조원, 연말까지 20조원 가량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세수감소는 경기 침체로 수출과 내수가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의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납부가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다. 5월말까지 법인세 감소분은 4조3,441억원으로 1년전보다 무려 17.9%나 떨어졌다. 부가가치세도 소비가 줄면서 1조8,271억원(7.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중간예납을 연기하는 기업들이 지난해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세목별 세수 추이, 향후 세수감소 예상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작업에 들어갔고, 국세청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국세청은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늘리기 위해 지방청, 세무서별로 기업들을 독려해 세수를 최대한 확보키로 했다. 또 고소득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세원관리 및 체납액 추징 강화 등 세수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2차 추경 편성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4조~5조원으로 추정되는 불용액으로 당장 (세수 부족에 대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수부족이 정부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경제상황을 볼 때 세수부족은 단기적 악재가 아니라 중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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