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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론/7월 15일] '존엄'과 탈근대사회의 근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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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론/7월 15일] '존엄'과 탈근대사회의 근본주의

입력
2013.07.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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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전히 냉전의 결과물인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우의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편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는 급속한 변화를 겪으면서 세대 간, 양성 간, 지역 간 갈등 구조가 혼재하는 사회이다.

서구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순차적으로, 점진적으로 겪어왔던 문제들이 한국의 경우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압축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쪽으로는 냉전체제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싸이,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탈근대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역동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최근 남북한 관계에서 제기된 '존엄'이라는 표현이 여간 생뚱맞지 않다. 분단 된지 60여년이 흘렀으니 남북한 간에 어휘나 어법에 있어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에서 사용하는 '존엄'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생소하다. 과문이지만 추정컨대 아마 이미 사망한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일컫는 게 아닌가 싶다.

존엄의 사전적 의미는 '높고 엄숙함, 혹은 높아서 범할 수 없음'을 뜻하는 보통명사이다. 한국에서 쓰이는 일반적 용법은 인간의 존엄성 정도이지 싶다.

예수를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고 부처를 자비라고 부르지 않듯이 특정인을 보통명사로 부르는 것은 우리의 어법에서는 여간 이상하지 않다. 북한은 여전히 1984년인가?

상상할 수도 없고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야만적인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소위 정치범수용소라는 집단 가학의 지옥을 운영하는 북한은 독재 정권이니 그렇다 치자.

벌써 민주적 선거를 6차례나 치른 제3세계 민주화의 성공적 사례로 지목되고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나는 박근혜정부가 최근 북한과의 일련의 접촉에 있어 국제사회의 규범과 상식의 적용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 나가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상식적이다.

그러나 신뢰를 쌓아 나가기 위해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부연한 "존엄은 그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존엄은 있는 것이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뭔가 이상하다.

1984년의 북한에서 김일성을 '존엄'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들만의 어법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김일성은 존엄(높아서 범할 수 없음)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김일성의 존엄과 대한민국 국민의 존엄이 대등한 것인가? 대한민국의 어법에 따르자면 1인의 독재자와 국민의 존엄이 같지 않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오웰이 풍자하고 두려워 한 동물농장과 1984는 스탈린 체제를 거쳐 북한에 이르렀다. 정치권력을 통해 사랑을 증오로, 평화를 전쟁으로 바꿔 사용하는 이러한 암울한 디스토피아는 '자신의 교조적 주장에서 발생하는 압력과 동요를 자신의 체제 안정과 강화를 위한 자원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내적으로 체제를 강화시키는 정치적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정치적 근본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그들과 같은 선상, 차원에서 대결하여(tit for tat)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시켜 북한의 근본주의적 어법이 도저히 통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고, 그것이 어이없어 실소케 만드는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가 한국 내의 근본주의자들에게도 똑 같이 적용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행 인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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