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사악한 저주의 말로 얽어 비난한 것은 경악스럽다. 그는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라고 지칭하며 "그 후손인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일 학자가 쓴 책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를 '만주국의 귀태'라고 한 것에 빗대 "두 사람의 후손인 박 대통령과 아베(安倍) 총리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홍 대변인의 말은 우리 정치에 난무하는 흔한 막말이나 쌍말로 듣기에는 훨씬 천박하고 비열하다. 제1 야당의 원내대변인 자격으로 공식 언론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대통령과 부친을 함께 엮어 맹랑한 궤변으로 매도한 것은 헌정사에 전례가 없을 것이다. 독재 시대의 길거리 투사도 아닌 공당의 대변인이 시대와 인륜과 정치적 금도를 모두 잊은 환각에 제 혼자 빠져있나 싶을 정도다.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갈등하고 있는 한일 정상을 굳이 닮았다고 한 것도 도착적이다.
그러니 청와대가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시한 것은 오히려 점잖다.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홍 대변인은 스스로 귀태를 자처하지 않는다면 당장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한 것이 허튼 망발에 어울린다. 그 바람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등 국회 일정이 모두 중단된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여야가 날카롭게 맞선 국회의 건초더미에 불씨를 던진 격이다. 도대체 누굴 위해 뭘 대변하려 했는지 못내 궁금하다.
대통령을 '수첩공주'니 '청담동 앨리스'니 비아냥거릴 수는 있다. '독재'라고 비판하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안에서 '가카새끼'나 '놈현'같은 천박한 언사로 제 품격은 물론이고 국회의 권위와 정치의 수준을 추락시키는 것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짓이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다. 정치의 격과 위상을 생각한다면 여야 모두 언행을 가다듬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