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기업의 합병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발생하는 순환 출자는 예외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에는 정부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경우까지 금지하면 경쟁정책 이전에 경제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경기악화로 해운 조선 건설 분야에서 구조조정 수요가 계속 생기고 있는데, 채권단이 대주주에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내놓은 주식이 새로운 순환출자고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순환출자까지 금지하면 경기가 멈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증자 및 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순환출자도 기존 지분율을 더 확대하는 것이 아닌 이상,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사생아'라고 표현까지 써가며 순환출자형성의 배경에는 압축성장 시절 기업들에 반강제적으로 사업을 떠넘긴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이와 관련, "도덕성을 겸비한 정부라면 이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안이 통과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호랑이는 아니지만 발톱은 안 뺐다"고 평했다. 법안 합의 과정에서 일부 사안은 관철되지 못했지만 핵심 규제 내용은 지켜냈다는 뜻이다.
노 위원장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기업인 개인에 대한 처벌 의지도 밝혔다. 그는 "행위자는 처벌하지 않고 법인에만 과징금을 부과하면 결국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된다"며 "앞으로 (조사보고서를) 올릴 때 행위자 처벌을 왜 못하는지를 쓰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노 위원장은 "법 개정만 해서는 경제민주화를 하는 게 아니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집행을 통해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경제민주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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