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좋지 않은 선례 남겨… 국가대표 경기 보이콧● 아내 한혜진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성숙해지는 과정… 간접 진화● 축구협회아직 어린 선수… 한국 축구 기둥 중징계로 기 꺾을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SNS 파문을 일으킨 기성용(스완지 시티)에 대해 엄중 경고만으로 사태를 일단락하려고 하자 팬들이 뿔났다.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면 나쁜 선례만 남길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성용의 아내인 배우 한혜진도 조심스럽게 간접 진화에 나섰다. 고통스럽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0일 협회에서 열린 부회장단 회의에서 '기성용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하면서 "기성용은 아직 어린 선수다. 한국 축구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중징계로 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대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협회의 책임"이라며 "이번 사태가 불거진 데 대해 협회 차원에서 사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팬들은 SNS를 통해 협회의 결정이 너무 미온적이고, 근시안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강희 전 국가대표 감독뿐 아니라 동료 선후배들에게도 참기 어려운 글을 확산시킨 것은 물론 공식 사과 이후의 행보를 보면 아직도 자숙하는 모습이 아닌 만큼 이런 식의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손모 씨는 대한축구협회 게시판에 "기성용의 징계를 원한다. 단순 경고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며 "태극마크를 우습게 보는 선수는 절대 국가대표로 뽑으면 안 된다"고 했다. 'idbn****'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아닌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모임이 된다"며 "국가 대표팀의 경기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기성용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축구 대표팀을 실업축구에 빗대어 헐뜯고, 반말을 써가며 최 전 감독을 조롱해 물의를 일으켰다. 또 에이전트를 통해 공식 사과와 함께 페이스북 계정 폐쇄를 알린 뒤에도 다시 비밀 계정을 만들었다가 들통이 나는 등 거듭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기성용의 부적절한 발언이 대표팀 운영 규정에 적시한 국가대표 선수의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는 점을 감안해 회의를 소집했지만 징계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지도 않은 채 '엄중 경고'라며 모양만 갖추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후 기성용의 아내인 배우 한혜진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더시크릿가든 캠핑장'에서 열린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1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두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오리라 생각한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제가 하는 직업, 신랑이 하는 직업은 대중에게 노출이 된 직업이다"라고 운을 뗀 뒤 "뭇매를 맡아야 할 때 충분히 뭇매를 맞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