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협상이 일부 대형 가맹점들의 버티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들과 항공사, 주요 통신사와 대형 병원 등이 수수료율 인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새로운 카드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연매출 2억 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은 기존보다 0.3% 포인트 낮은 1.5%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 반면 연매출이 1,000억 원을 넘는 대형 가맹점은 기존 1% 중반에서 2% 초반대로 올라간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동안 대다수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수수료 인상 협상은 타결되었다.
그러나 대형 유통점 등 대형 가맹점 중에서도 '슈퍼 갑'들이 막무가내로 버티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이들은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운데 수수료율이 오르면 경영하기가 더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그 동안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싸게 냈던 것을 적정 수준으로 바로 잡자는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을 전제로 전체 가맹점의 99%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려주었다. 슈퍼 갑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수수료 폭탄이 중소 가맹점에 떨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말로 떠들던 것과는 다른 행동이다.
카드사들도 나은 것은 없다. 카드회원 확대 규제가 강화된 데다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 협상 버티기로 경영 악화를 예상해서인지 카드사들은 사망보험 혜택 등 고객에게 제공해온 각종 부가서비스를 줄줄이 없애고 있다. 소비자들로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이런 볼썽사나운 일들을 7개월째 뒷짐 지고 지켜보고 있는 금융 당국의 자세도 문제다. 뒤늦게 행정지도 등으로 압박한다는데 그럴 사안이 아니다.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수수료율을 점진적으로 올리게 하거나 카드사들의 수익 기반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 부가서비스 해지 남발을 막아야 한다. 가뜩이나 소비 위축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카드 수수료 싸움이 소비 위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당국이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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