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후속 실무회담은 공단 정상화를 둘러싼 남북의 확연한 해법 차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남북은 회담에서 개성공단 국제화와 재발 방지책 등 재가동 선결 조건, 북한의 책임 인정 문제 등을 두고 첨예하게 이견을 노출해 향후 협상에서도 지루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한 차례 회담으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던 만큼 남북이 일단 정상화 의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15일 3차 회담 등에서의 논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은 평가할 대목이다. 남북 당국은 이 같은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3차 회담의 일시와 장소를 별다른 이견 없이'15일 개성공단'으로 못박으며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확실한 재발 방지책 없이는 공단을 재가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식과 국제 규범'에 부합하고 실효성이 담보되는 제도적 안전 장치가 마련돼야 정치ㆍ군사적 입장 등 외부적 요인에 공단 운명이 좌우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공단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득 논리였다. 정부는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개선과 일방적 북한 근로자 철수 방지 방안 등 법적ㆍ제도적 대안 마련에도 주력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우리 기업이 입은 손해에 대한 금전 배상은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은 '조속한 설비 점검 후 재가동'과 ' 정상 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 중지'로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북한은 회담에서 '최고 존엄 모독'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일체의 행위'로 예시하며 북한의 일방적 폐쇄로 촉발된 공단 중단의 '근본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고 강변했다. 이를 두고 향후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귀측의 최고 존엄도 있지만 우리 체제의 최고 존엄도 있다"는 논리로 북한의 대남 비방 공세를 겨냥했다.
남북은 외국 투자 및 외국 기업 유치를 통한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두고도 이견을 노출하는 등 지난 7일 합의했던 '발전적 정상화'의 지향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회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이 안전하게 투자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공단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임금 등 노무관리나 인사권 문제, 세무 제도의 손질 필요성을 거론했다.
북한은 공단 국제화에 거부 의사를 밝히며 조속한 공단 재가동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이 국제화 반대 논리로 제시한 것은 6ㆍ15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이었다. '통일문제를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은 6ㆍ15선언을 강조한 것은 공단 국제화를 추진할 경우 자본주의 경제 체제 유입으로 체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개성공업지구법에도 국제화의 근거가 명시돼 있고 독일 등도 합자투자를 해 놓은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화에 대한 근본적 반대라기보단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술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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