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북의 악순환 끊기 위해 책임 담보 당국회담 선결 강조… 국제 고립 몰린 북의 대화 진정성 파악 의도도… 경제적 손실 때문에 북 거부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듯/청 관계자 “무원칙한 대북 정책은 안 된다”
북한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허용 제안에 대해 정부가 외교안보장관 회의 등을 통해 4일 내놓은 해법은 ‘당국 간 실무회담’ 역제안이었다. ‘공단 일방적 폐쇄→ 재발 방지 대책 없이 민간 상대 방북 허용’으로 이어진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개성공단 관련 조치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책임 있는 당국 간 대화가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제의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나온 ‘대화 제스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의 역제안은 북한이 진정성 있게 개성공단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先) 당국 대화 우선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화는 거부하면서 민간한테 안위도 다 보전할 것이고 물건도 다 가져갈 수 있으니까 와라,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제안에 대해 “남북 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북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며 “신뢰가 언제든지 깨질 수 있고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어떤 시도와 조치도 기대하기 어렵고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일방적 공단 통행 금지와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로 우리 민간기업에 수 조원의 피해를 입혀놓은 당사자이다. 정부로선 이런 북한에게 개성공단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없이 기업인의 방북을 허용할 경우 언제든 북한의 의도에 따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역제안을 통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의제로 제시한 것도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개성공단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다만 북한의 제안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회담 장소를 판문점 남북 측 지역을 모두 제시하고 형식도 국장급의 실무회담으로 못박음으로써 격(格) 논란 여지도 차단했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진정성 있는 대화 선결 조치를 요구 당하는 등 사면초가에 몰리는 상황인 만큼 북한이 실무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실제로 설비ㆍ장비를 국내외로 철수시킬 경우 입을 경제적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북한은 회담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수정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동행을 요구했지만 실무회담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실무회담에 응한다고 해도 남북 간 셈법이 다른 만큼 3개월을 넘긴 개성공단 사태가 당장 해결되는 쪽으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요구할 우리 정부에 북한은 체제 위협론을 들이밀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말 그대로 ‘실무회담’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대화 무산은 성의 없는 남측 탓”이라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면서 국제사회에 남측 책임론을 제기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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