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우리 정부의 ‘판문점 실무회담 6일 개최’ 제안에 대해 “회담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변경하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도 동행해 달라”는 내용의 수정 제의를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 제안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회당 장소와 기업인 동행 문제 등을 놓고 남북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 회담이 제대로 성사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좀 더 기다려 달라”며 우리 측에 연장 근무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날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원칙적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무엇보다도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사실상 남북경협의 ‘마지막 끈’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선 북한도 실무회담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북한이 전날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공단에 남아 있는 설비를 국내외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곧바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허용 입장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으로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한 경제난 해소와 외자 유치를 통해 조성하려는 경제개발구의 성공을 위해서도 개성공단 정상 가동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실무 회담은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무산된 당국 회담과 달리 실무 차원의 논의 구조라는 점도 북한이 회담에 응하게 된 배경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제안한 우리 정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단 ‘개성공단’으로 수정 제의해 남한에 마냥 끌려가진 않겠다는 뜻도 동시에 내비쳤다. 보다 근원적으론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매개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2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음을 확인한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의 남북대화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
그러나 북한이 이번 실무 회담 제안에 관심을 보인 것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이나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달 남북 당국회담이 불발된 뒤 조평통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에 대한 무장 해제와 체제 변화를 노린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어서 우리 정부의 요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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