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관련 자료 열람을 위한 자료제출 요구안을 합의 처리했지만 회의록 열람이 공방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기록원 자료 공개를 바라보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속내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열람 이후 공개 여부를 두고 양측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열람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밀누설 금지 조항에 따라 내용을 공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만큼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재적 과반 출석, 출석 과반 찬성 인원인) 76명이면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할 수도 있는데, 재적 3분의 2로 의결됐으면 공개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더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굳이 면책특권 등의 방법을 쓰지 않아도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뿐 아니라 회담 사전 준비 및 사후 조치 관련 자료 등 여러 부속 자료를 공개하면 전체 맥락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록뿐 아니라 사전 준비, 사후 조치와 관련된 기록들을 면밀하게 열람하게 되면 진의는 쉽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현행법상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고민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대통령기록물법에 처벌 규정이 명확히 나와 있는데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공개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국정원에 보관된 녹음기록물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열람한 뒤 국정원 보관본과 비교해 차이점이 없을 경우 국정원 녹음기록을 공개하면 법적 시비도 없앨 수 있다는 취지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어떤 경우든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생생하게 재확인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정문헌 의원은 "이미 국정원 전문에서 NLL 포기 취지 발언이 드러난 만큼 국가기록원 자료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야의 인식 차이는 국가기록원 자료 열람 이후 새로운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열람만 하고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여야는 국회 상임위 등에서 면책특권을 활용해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같은 내용을 두고서도 여당은 'NLL포기 발언이다', 야당은 'NLL 포기 발언이 아니다'는 식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며 논란을 벌일 것이다. 때문에 결국 여야가 추가 논의를 통해 국가기록원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해야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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