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특급호텔 결혼식장의 예식상품 '끼워 팔기'를 개선하도록 행정 지도에 나섰다. 예식장 꽃 장식과 무대 연출 등 부대 상품을 함께 구입하도록 강요하거나 식사 하객수를 할당하는 바가지 횡포를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호화 결혼식을 부추기고 사회적 위화감까지 초래하는 관행이 얼마나 사라질지 지켜 볼 일이다.
공정위의 조치는 서울 시내 특1급 호텔 21곳의 예식상품 판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라 나왔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호텔에서 '끼워 팔기'하는 꽃 장식 값은 보통 1,000만원을 넘는데다 많게는 2,000만원에 이른다. 소형 승용차 값에 버금가는 비용을 거의 강제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호텔 식사비는 1인당 평균 8만7,000원에 최고 21만 원이 넘었다. 여기에 식사 주문량이 일정 숫자를 넘지 않으면 따로 대관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해서 결국 예식 비용이 1억 원을 훌쩍 넘게 되는 것이다.
특1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은 그만한 부담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유층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나 체면 때문에 고급 호텔 예식장을 찾는 이들에게 호화 결혼식을 강요하는 악덕 상술은 어떤 식으로든 규제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소비자가 다른 예식장을 선택할 수 있어 행정 제재는 어렵다는 이유로 자율적 개선을 지도하는 선에 그쳤다. 이에 따라 '끼워 팔기' 개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꽃 장식과 와인, 음료 등을 외부에서 반입할 수 있게 된다지만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의식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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