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형세는 흑쪽으로 성큼 기울었다. 중앙 백 대마가 아직 확실히 두 집 모양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세돌은 이제 더 이상 상대를 괴롭힐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괜히 바둑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 없이 1로 막아서 상변에 약간의 흑집을 짓는 정도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백의 입장에서는 대마가 그냥 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더 흑집을 부숴야 한다. 그래서 백홍석이 6, 8로 최대한 강하게 버텼지만 이세돌은 전혀 흔들림 없이 11, 13에 이어 16때 17로 가장 안전하고 알기 쉽게 처리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백이 더 이상 시비를 걸어볼 만한 곳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이후의 실전 진행이 인데 1부터 30까지 거의 다 당연한 수순들이어서 10집 정도의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백홍석이 아쉬운 마음에 몇 수 더 버텨 봤지만 결국 잠시 후 침통한 표정으로 돌을 거뒀다. 187수 끝, 흑 불계승.
이세돌이 결승 5번기에서 먼저 두 판을 졌지만 이후 세 판을 내리 이기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4년 만에 다시 명인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35기, 36기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명인 등극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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