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때에는 원칙도 기준도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힘있는 자가 전횡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국가 기밀도 일반 문서로 전환시켜 마음대로 공개하는 세상이니 점점 독재 권력처럼 무서워진다. 게다가 억지 논리를 내세우는 권력자들의 말장난은 이제 '힘있는 자가 말을 지어내고 그들은 그 말장난으로 힘을 유지한다'는 고전적 어록, 즉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이 말한 '권력자들은 말을 지어내 세상을 지배한다'(Those who tell the stories rule society.)는 표현이 실감난다.
흔히 '역사는 승자가 쓰는 것'(History is written by the victors.)라고 하는데 새삼 두렵게 들린다. '1984년'이란 소설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이보다 더 정확한 어법으로 '과거를 지배한 사람이 미래를 지배하며,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이 과거를 지배한다'(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고 했는데, 이는 역사의 기록도 결국은 힘있는 사람들의 기록이 되고 만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힘의 세습' '권력의 세습' 나아가 '이익 집단의 세습'만 남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결국 강자가 세상을 지배하고 역사는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기록된다면 엄연한 사실마저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승리를 두고 '이라크의 역사는 피로 쓰여지고 있다'(Iraq's History Is Written in Blood.)는 비아냥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두고 '역사는 미친놈들이 쓰고 있다'(History is written by the freaky.)는 냉소도 마찬가지다. 권력자들의 음모와 계략 앞에서는 역사도 법률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쉐익스피어는 역사적인 희곡을10편이나 썼는데, 엘리자베드 여왕 시절에 9편 썼다. 당시 엘리자베드 여왕은 역사적 사실보다 애국심을 강조했고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며 '영국은 강자요 영국은 진리'라는 등식을 강요했던 시절이다. 그가 역사가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지만 문호로서 역사적 진실 기록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안타까운 것이다. 억압받고 강요 받는 자들의 입장에서 기술하는 역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