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상사와 직원간의 대화다.
A: When do you need the report?
B: I need it yesterday.
이 문장을 보면 자동으로 문법 지적이 나온다. 어제 그 보고서가 필요했다는 것은 과거이기 때문에 ‘I needed it yesterday’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법 규칙대로 적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만약 ‘I needed it yesterday’라고 시제 일치를 시켜 표현한다면 어제 그 보고서가 필요했던 순간이나 상황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반면에 ‘I need it yesterday’라고 말하면 ‘I need it now, I need it as soon as possible’의 의미로 통한다. Yesterday가 ‘어제’의 뜻이라기보다는 ‘당장, 어제부터 필요했을 정도로 이미 다급해진’의 관용어구인 셈이다. 1970년 초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어구는 ‘I need it right now.’의 다급함보다 더 운치 있게 지금도 잘 쓰이고 있다.
관용구나 격언 등에 이따금 비문법적 어구가 쓰이는 이유는 이들 표현이 정형화된 규칙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돈을 내는 사람이 그 위험도 감수하라’’아쉬운 사람이 그 뒷감당도 하라’는 의미로 ‘You pays your money and you takes your chances.’라고 말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주어 you 다음에 pays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비문법적이고 탈문법적이다. 3인칭 단수도 아닌데 엉터리처럼 보이는 이 문장을 대다수의 원어민이 이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는 오랜 세월 그렇게 굳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착되었기 때문에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어 격언 중에는 Latin, Greek등에서 온 것을 옮기는 과정에서 빗나간 것도 있고 구전으로 전해오면서 어법을 따지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Can you give me 110%?’ 나 ‘I was 120% happy with the hotel.’의 문장을 놓고 보면 이것도 이치에 어긋난다. 왜냐하면 per cent라는 말 자체가 100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고 100 이상 넘을 수 없는 것인데 110% 등은 과장의 표현임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안되면 되게 하라’는 표현을 ‘Make possible the impossible’라고 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되고 안 되는 것은 이미 결론적 얘긴데 이것을 되게 하라는 것은 언어 논리상 억지부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이런 문장이 가능하고 의사 전달에 하등의 문제가 없기 때문에 비문법적인 표현과 관용구가 심심찮게 쓰이는 이유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