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처럼 많은 섬이 밀집한 전남 진도의 조도(鳥島)군도에 마치 용이 지나간 듯 큰 구멍이 뚫려있는 섬인 혈도(穴島)가 자리 잡고 있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절해고도인 혈도의 주민들은 촛불에 의지해 생활하고 빗물을 모아 생활 용수로 쓰고 있다. 살아 생전 섬을 떠나본 적 없는 서씨 집안의 7대 후손, 서이만(74) 씨는 생선을 잡고, 톳과 미역을 기르며 7남매를 키웠다. 그에게 고향은 꼭 지켜야 할 '보물'과 같다.
KBS 1TV가 1일부터 5일까지 방송하는 5부작 '인간극장-혈도, 내 사랑' 편에서는 혈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서이만씨 부부의 삶을 소개한다. 편안한 육지 삶을 찾아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는 바람에 혈도에는 현재 열명도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 단 한 번도 '물 쓰듯' 물을 써 본 적 없는 혈도 주민들은 채소를 씻은 물은 보관해두었다가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비 오는 날이면 설거지, 빨래, 목욕 등에 쓸 물을 비축해두기 바쁘다. 또 도시에서는 풍부한 전기도 이곳에서는 귀하기 이를 데 없다. 전기난을 해결하기 위해 7년 전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했지만 흐린 날씨면 발전기가 돌아가지 않는 탓에 촛불에 의지해 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인 박복희(73)씨와 함께 혈도에서 살고 있는 서이만씨는 '혈도 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사비를 보태 혈도에 선착장을 세웠던 그는 이제 전기 시설과 수도 시설을 섬에 설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쓴다. 반면 그의 아내는 섬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50년 가까이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했고 지금도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다. 게다가 허리 통증도 심해 복희 할머니는 이제 섬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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