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간 '경열정랭'(經熱政冷ㆍ경제에선 뜨겁지만 정치에선 냉랭하다) 관계였던 한국과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정치적 주제를 가지고 어깨동무하고 나서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국면을 자초한 북한에 대해 중국이 명확한 메시지를 주면서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해 왔던 중국이 핵 문제에 대해 한국과의 협력을 넘어 전면 공조로 나선다면 이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한국이나 미국과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여 왔다. 속도와 방법론에서 간극이 컸다.
하지만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하는 시기에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 위협이 계속되면서 중국의 대북정책에서도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중국으로선 동북아 정세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되면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나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촉발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됐다. 유일한 '스폰서'인 중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북한으로선 '변해야 산다'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도 큰 수확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전 등 옳은 선택을 할 경우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낮은 수준의 남북경협,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지원까지도 염두에 둔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다. 우리 정부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해 왔다. 또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일명 서울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시 주석으로부터 원칙적 지지를 얻어낸 것도 이번 회담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의 대화체제를 신설키로 했다. 이는 양국관계가 경제 교류뿐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한층 성숙된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미 진행 중인 한·중 외교장관 간 핫라인, 차관급 전략대화 정례화에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여하는 고위급 안보대화가 이뤄지면 두 나라는 명실상부한 전략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5년 전 두 나라 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음에도 선언에 그쳤을 뿐 정치적으로는 내실화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해법 제시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합의했지만 6자회담 재개와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ㆍ19공동성명 이행 등 원론적 해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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