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26일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27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과 현지 연설 등 중국 국빈 방문 준비에 매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공식 일정은 없었지만 오늘도 대통령께서는 매우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라는 방중 슬로건이 표상하듯 이번 방중을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신뢰 구축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27일 베이징에 도착, 공식 환영식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단독 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 순으로 회담을 마친 뒤 일련의 조약 및 양해각서 서명식, 국빈 만찬 등을 갖는다.
28일에는 사상 최대인 71명으로 구성된 우리측 경제사절단과 함께 조찬 간담회를 갖는 데 이어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 문화 행사 참여 등의 일정을 갖는다. 29일에는 베이징 소재 한 대학에서 중국 젊은이들을 상대로 '새로운 20년을 향한 한중 양국의 신뢰와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다. 29,30일에는 베이징과 또 다른 방문지인 시안(西安)에 있는 현지 진출 기업도 시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에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도 만날 예정이어서 지난 3월 새롭게 개편된 중국 정치지도자 서열 1~3위 인사들과 모두 회동하게 된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26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신뢰와 유대를 공고히 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이루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북한 비핵화 등 북한 문제다. 그간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비핵화라는 기본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리보다는 북한측 입장을 두둔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북핵에 불편한 입장을 내비치며 우리 쪽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수준의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설명하고 시 주석의 이해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단순히 정상회담의 파트너로서가 아닌 '심신지려'의 동반자로서 강고한 신뢰 유대 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중국은 '관시'(關係ㆍ관계)를 중요시하는 나라다. 하지만 역대 양국 정상 간에는 특별한 '관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이전 양국의 어떤 정상들보다 높아 보인다. 특히 두 정상은 삶의 궤적에서도 닮은 점이 많다. 2세 정치인으로 역경을 딛고 나란히 양국의 최고 국가지도자 자리에 올랐다는 점과, 이례적으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 등이 그렇다.
이번 방중을 통해 한중 FTA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핵심적 협력관계의 발판을 만들어 갈지도 주목된다. 현재 양국은 FTA 관련 논의를 1단계에서 5차 협상까지 진행했으며 2단계 논의로 단계를 진척시키려 하고 있지만 방향과 범위를 놓고 의견 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따라서 양국 정부 모두 두 정상이 FTA에 대해 보다 진전된 내용을 끌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새누리당 정몽준, 조원진 의원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발표했다. 7선의 정 의원은 현재 한중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이며, 친박계 재선인 조 의원은 한중의원외교교류체제 간사이자 한중정치경제포럼의 대표 의원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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