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에 따라 향후 남북 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당국회담 무산 이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가 회의록 공개를 계기로 더욱 악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단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존엄'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개 회담에서의 발언이 속속들이 공개된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 하나하나는 북한에서 금과옥조이다. 그런 김 위원장의 발언들이 한꺼번에 여과 없이 공개됐다. 북한으로선 불쾌감을 넘어 모욕을 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북한으로선 부담감도 함께 가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김정은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의 방북 대화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북한은 박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이번 회의록 공개가 앞으로의 남북 당국간 회담, 나아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정상회담 회의록이 일방적으로 공개됨으로써 앞으로 남북 간에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한계가 그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남북대화 재개 전망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의록 공개로 남북 간에는 불필요한 공방이 확대되면서 대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남북 간에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 간 불신이 굳어지면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말 그대로 남북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남북 간 불신의 골을 더 깊이 파버렸다. 자칫 남북관계가 이명박정부 때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단기적인 경색은 불가피하지만 큰 파장은 없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논란이 될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도 남북 당국 간 협상 내용을 수 차례 일방적으로 공개한 바 있고 현재 남북관계가 이미 경색 국면이기 때문에 더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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