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노후의 생활비를 국민연금에 의존 한다. 연금기금 총액은 현재 406조원인데, 이를 최선의 방법으로 잘 운용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개의 과제(국가안보, 경제발전, 복지향상) 중 하나이다. 과연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잘 운용 하고 있는가? 판단 기준은 자산의 안전성, 수익성, 안정성이다. 이 세 기준에 입각하여 국민연금기금이 합리적으로 운용되고 있는가를 따져보자.
자산의 안전성이란 투자한 원금의 손실가능성에 달렸다. 국민연금기금을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떤 자산이 안전성이 가장 높은가 하는 것은 투자기간에 달렸다. 투자기간이 단 한 시간이라면 현금이 가장 안전성 높은 투자자산이다. 투자기간이 일년이라면, 일 년간의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땅에 잘 묻어 둔 현금이 안전성이 가장 높은 자산이 아니고, 이자를 받는 채권이다. 안전성이란 투자기간을 고려해서 수익률도 동시에 따져야 의미가 있다.
수익성은 어떤가. 주식과 채권 중에서 주식이 이론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또 실제 역사적 자료도 이 이론을 잘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1926년부터 2005년까지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외한 자산 수익성 자료를 보면, 26년에 주식에 투자한 1달러는 2005년에 302달러로 성장한 반면, 채권에 같은 시기 투자한 1달러는 10달러가 채 안 된다. 한국의 주식과 채권수익률의 지난 30년간 경험도 주식이 채권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았음은 주지하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안전성과 수익성을 더불어 고려해 볼 때, 투자기간이 영구적인 국민연금은 주식에 많이 그리고 채권에 적게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민연금은 27.3% 의 기금을 주식에, 63.8%는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점진적으로 90% 이상을 주식이나 주식과 유사한 자산 및 부동산에, 10% 이하를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자산운용이다. 특히 현재의 금리수준은 세계적으로 지난 몇 십 년 중에 가장 낮다. 이미 채권에 투자한 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수익률이 최저수준인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셈이고, 또 앞으로 이자율이 상승할 때에 채권가격의 하락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산 수익성의 안정성을 고려해보자. 일반적으로 수익성의 변화는 작은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안정성은 자산의 다양화로 쉽게 이룰 수 있다. 예컨대, 삼성 주식에 100억 원을 투자하는 것 보다 삼성주식과 현대주식에 각각 50억 원씩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정성이 높다. 이러한 논리는 자연히 자산의 세계적인 다양화로 이어진다. 현재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투자액의 85% 을 한국에 국한하고 있는데,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3% 미만 인 것을 고려 할 때, 해외자산을 현 15%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합리적 조치라 여겨진다.
소액의 자산운용에 있어서는 어느 특정 회사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반면에 국민연금기금 같은 거액의 자산 운용의 성공과 실패는 어떤 자산항목에 얼마만큼 투자하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성공여부는 전체 연금기금의 90% 이상을 주식이나 주식과 유사한 자산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기금의80% 이상을 해외자산에 투자하자는 제안들이 얼마나 빨리 채택되는가에 달려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체계의 개선도 시급하다. 기금 운용의 최고 의결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은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 등 우리정부의 경제와 재무 분야의 최고 책임자들로 개편되는 것이 합리적 이다.
우리나라는 수 십 년 동안 열심히 피와 땀을 흘려 얻은 기업들과 국가 재산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재무상의 미숙함으로 단숨에 손실했었다. 또 다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의 합리적인 운용을 실천해야만 5,000만 국민의 노후 복지를 보장할 수 있고, 동시에 대한민국이 재무분야에서도 세계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
켄 초이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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