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misuse)은 잘못된 사용이지만 남용(abuse)은 알고도 방치하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오용 사례가 많고 원어민들은 남용 사례가 많다. 원어민들은 affect와 effect를 혼동하는 일이 많은데 몰라서 그렇게 사용한다면 오용이고 알고도 습관처럼 사용한다면 남용이다. 이런 남용 사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 동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totally라는 부사의 남용을 남부나 서부 사람들은 무척이나 싫어한다. 부사를 잘못 사용해서라기보다는 과용이고 남발하기 때문이다. 'It is literally a chaos'(그야말로 대혼란입니다.) 이 문장에서도 literally는 없어도 된다. Chaos라는 말은 무질서, 대혼란을 의미하고 이 말 속에 그 심각함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literally(그야말로)같은 부사나 기타 큰 의미 없이 남발하는 부사어구들 이를테면 basically, essentially, totally, obviously, actually 등이 있다. 부사를 적당히 활용하면 강조어가 되지만 남용하면 그 사람의 말 자체가 듣기 싫어지기 때문에 '혐오 표현'(plaque words)이 된다.
한국인에게는 오용 사례가 훨씬 많다.'Fighting!'(파이팅)이라는 용어가 콩글리쉬인줄 알면서 줄곧 사용하는 것은 남용이지만 이러한 엉터리 표현을 계속 사용한다면 그것은 허울만 영어이지 실제는 broken English, pidgin English라는 지적을 받는다. 10여 년 전 휴대 전화 광고에 'Made in 20'라는 용어가 쓰이더니 여기 저기서 유사한 형태의 표현이 남발되었다. 광고 기안하는 사람의 영어에 대한 무지가 대책 없이 전파된 것이다. 그 의미가 '20대들이 만든 것'이라면 'Made by 20's'라고 했어야 하고 '20대를 위한 것'이라면 'made for 20's'라고 했어야 하는데 마치 'Made in Korea'같은 어구만 생각하고 마구잡이로 오용 남용한 것이다. 뒤이어 어떤 컴퓨터 회사는 'Made in Earth'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지구에서 만들었다면 'Made on Earth'라고 했어야 할 텐데 그 의미조차 알 수가 없었다. 전 지구를 향해 판매하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지구를 지켜 주는 컴퓨터란 말인가. 요즘 스마트 기기의 application을 줄여서 app(앱)라고 부르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어플'라고 말한다. 근거도 배경도 없는 사례지만 이런 오용 남용 사례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다. 심지어 LG같은 IT 업계에서도 홍보 문구에서 '어플' 운운하는 것은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사실 문법보다 더 심각한 것이 이러한 오용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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