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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전쟁연대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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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전쟁연대기 1.2

입력
2013.06.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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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592년 임진왜란 때 조선이 일본을 막지 못했거나 1777년 미국 독립전쟁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과 세계는 어떻게 됐을까. 역사에서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무의미하지만 은 이처럼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인 전쟁을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본 역작이다.

저자 조셉 커민스는 전쟁사의 놀라운 사실과 중요한 일화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우리를 역사 속 전투 현장으로 이끌고 간다. 당시의 전술과 무기에 관한 상세한 정보, 숨은 이야기를 간직한 인물과 아직도 풀리지 않는 역사의 수수께끼 등을 영화처럼 보여준다. 기원전 500여 년 전 벌어진 그리스-페르시아전쟁부터 1988년 끝난 이란-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쳐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주요 전쟁을 조명한다.

예를 들어 지중해 패권을 놓고 로마와 카르타고가 벌인 전쟁은 고대사에서 가장 긴 전쟁으로 지중해 유역의 미래뿐 아니라 서구문명의 역사까지 결정한 사건이었다. 규모도 가장 컸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의 문화는 서구 문화의 토대가 됐다.

저자는 역사적인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다가간다. 기원전 202년 9월, 북아프리카 자마 평원. 두 남자가 말을 타고 천천히 걸어가 마주 섰다. 두 사람은 카르타고의 전설의 명장 한니발과 로마의 집정관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였다.

둘은 몇 분 뒤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로마와 카르타고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두 사람은 무슨 말을 나눴을까. 야사에 따르면 나이가 더 많았던 한니발은 전장에서 스키피오와 만날 때마다 "운명이 결과를 결정하는 법"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전쟁의 결과는 카르타고의 참패였다. 한니발은 코끼리 부대를 앞세워 맹공을 펼쳤지만, 스키피오는 이미 대책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코끼리들이 다가오자 로마 병사들은 좁은 통로를 만들었다. 통로에 들어온 코끼리들은 로마군의 창에 찔려 죽거나 방향을 틀어 카르타고 전열로 돌진했다. 이 전투에서 죽은 카르타고 병사는 2만 명에 달한다. 반면 로마군은 1,500명의 병사를 잃었다.

스파르타의 훈련법도 소개했다. '기형인 남자아이는 누구든 언덕에 내버려둬서 죽이거나 절벽에서 던져버렸다.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일곱 살에 부모와 떼어내 큰 막사에서 키웠다. 아이들에게는 음식을 거의 주지 않아 직접 식량을 구하거나 훔치는 법을 익히게 했다. 그러나 훔치다가 들키면 심하게 두들겨 맞았는데, 때로는 죽기도 했다.'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이순신이 "진정한 애국자" "물질적 보상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었으며 병사들의 밥이 제대로 뜸이 들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사려 깊은 지휘관"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1980년대 중반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뒷얘기도 재미있다. 미국의 CIA가 소련군을 견제하기 위해 수백대의 스팅어 미사일을 아프가니스탄에 보내고 그 사용법을 가르쳤다. 스팅어는 3.6킬로미터 상공에 있는 헬기까지 격추했고, 소련군은 부상자를 위한 구급 헬기를 부르는 것조차 꺼렸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미국의 걱정거리가 됐고 마침내는 반군 지도자들로부터 1대당 약 1억원을 주고 되샀다.

이 책은 각 전쟁의 역사적 배경과 성격, 주요 인물 등 전쟁의 다양한 면모를 지도와 그림, 연표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방대한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전술과 무기에 관한 정보, 전쟁의 승패를 가른 주요 전투 장면, 역사 속 뒷이야기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역사적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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