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본격화한 요즘 은행권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찬바람 도는 '한겨울'에 가깝다. 저금리로 인한 예대마진 축소와 대기업 부실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주요 은행들이 지점은 물론이고 본사 인력까지 줄이는 구조조정과 내핍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12개의 지점을 줄였고, 농협은행도 5개 지점을 없앴다. 외환은행은 올해 상반기 본점 인력 200여명을 감축했다. KB금융도 본사의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같은 조직 다이어트의 흐름은 신규채용 규모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요 은행들의 채용규모가 예년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채용규모는 200여명으로 지난해(400여명)에 비해 반토막 났다. 국민 농협 우리 외환 등 다른 은행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은행들이 한창 잘 나갈 때인 1990년대 초반의 경우 한해에 약 1,000명씩 뽑았던 신입행원 규모가 이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은 "성장이 정체되면서 인력 수요가 감소하는데다,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 요구로 계약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신규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력 수요 감축에는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의 증가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고객들은 은행 업무의 90% 이상을 인터넷이나 현금자동인출기(ATM)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 창구직원을 직접 만날 필요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업무로 은행업무가 상당부분 전환되면서 인력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게 되니 지점을 줄이는 상황이 됐고, 이는 다시 신규 채용 감소를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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