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무죄로 평결한 성범죄를 법원이 유죄로 판결했다.
울산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 추행)로 기소된 임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3년간 피고인의 정보 공개 고지를 명령했다.
임씨는 지난해 사건 당시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했다가 10대 여아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손으로 신체를 더듬는 등의 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팔을 한 번 쳤지만 강제 추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참여 배심원 7명은 "피해 아동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모두 무죄로 평결했다. 배심원들은 팔을 치는 과정에서 허벅지를 스쳤을 수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만졌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는 범행 일시, 장소, 피고인의 인상 착의, 추행 방법 등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임씨의 고의적 행동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당시 피해자 및 피고인과 통화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곧바로 강제 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112에 신고한 점 등으로 미뤄 피해자가 보호자 등으로부터 추궁 당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 받아 피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한 뒤 이같이 판시했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제도이다.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죄·무죄 평결을 내리지만 '권고적 효력'을 지닐 뿐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이 점이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을 판사가 따르는 미국의 배심원제도와 다른 점이다. 다만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할 경우에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평결 결과를 알리고, 평결과 다른 선고를 한 이유를 판결문에 밝혀야 한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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