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고 6월 국회 의제를 논의하자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가 있는데 왜 당 대표가 직접 국회 문제 논의에 나섰을까"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황 대표는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으로 난항을 거듭했던 지난 3월에도 원내대표 간 협상과 별개로 당시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해법을 논의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국회 법안 처리를 비롯한 원내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당 대표는 정치 현안을 비롯한 대외 활동에 주력하는 등 사실상 역할이 분리돼 있다. 때문에 당 대표가 직접 임시국회 의제를 논의하러 나설 경우 자칫 '월권'으로 비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당 대표로서의 존재감 부각을 위한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당시 당의 주류가 된 친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권을 잡았다. 그러나 그 동안 현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당내 주도권을 놓고 당 서열 1, 2위인 황 대표와 최 원내대표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이 최 원내대표로 쏠리면서 황 대표가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당내에선 '황우여 2기' 출범 과정에서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싼 혼선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주영, 최경환 두 후보로부터 '러닝메이트' 제안을 받았던 홍문종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사무총장 인선은 그대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 원내대표가 8표 차로 예상 밖의 '신승'을 거두자, 황 대표는 홍문종 의원이 아닌 이완구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제안하며 당직 인선에서 '친박 색채'를 옅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완구 의원이 이를 고사하면서 결국 '홍문종 사무총장'으로 정리됐지만 당내에선 "황 대표가 홍문종 의원 대신 이완구 의원을 내세워 최 원내대표를 견제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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