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전문대 육성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대선과정에서 부터 '교육'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근혜정부답게 '행복교육'과 '창의인재 양성'을 통하여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보인다. 사실 과잉학력이 문제되고 대졸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전문대가 1년 내지 4년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학생 수 감소로 멀지않은 장래에 고교졸업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져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많은 대학들이 학교경영을 염려하는 현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정부는 이 시점에서 전문대 육성방안을 국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로 보았을까. 핵심은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사실 전문대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인력의 상당부분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최근 각종 규제에 얽매여 산업구조와 기술의 고도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과나 전공에 따라서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와 경쟁하는 어려운 모습을 노정하고 있다. 한편에선 학벌중심 사고가 강한 우리나라의 정서를 등에 업고 상당수의 일반대가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전문대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특화된 우수 전문대에서 배출된 능력있는 산업인력이 바른 대우를 받지 못하고 학력주의에 밀려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져가고 있다.
이런 현실이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해야하는 직업교육, 특히 고등교육에서의 직업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제까지 우리나라 고등교육단계에 직업교육 정책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선 취업, 후 진학 정책은 바람직하고 또 지속 확대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중등단계에 멈춰있는 직업교육체계를 이대로 방치해 두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이를 방치하면 학생수 감소에 따라 고등직업교육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교육과 산업계의 미스매치는 점점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진과 함께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재교육과 직업전환교육, 평생학습사회에서의 전직교육 등은 어디서 담당할 것인가. 이를 위한 고등직업교육 체제의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업연한 때문에 지금처럼 일반대 밑의 하급교육기관으로 인식되는 전문대의 수업연한을 1년에서 4년까지 필요에 따라 교육할 수 있도록 개선해 종전의 상하 개념을 병렬 개념으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마치 모든 전문대가 4년제로 전환하여 과잉학력을 심화시킬 것처럼 왜곡하고 반대하는 일부의 시각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기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전문대 육성방안을 보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여 여건을 갖춘 전문대가 일정과정에 한해서 교육부의 인가절차를 거쳐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것이 아니다. 전문대의 변화와 함께 일반대의 직업교육에도 긍정적인 자극과 변화를 유도해 고등직업교육의 전반적인 질적 개선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함께 발표된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정책은 전문대의 대학단위 특성화와 학과별 강점분야에 대한 특성화를 유도해 산업분야별 우수 전문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기술명장대학원의 설치, 평생직업교육대학 지정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역대정부에서의 고등직업교육정책이 단편적 프로그램적 접근이었는데 반해 이번에 발표된 전문대 육성방안은 그 출발점을 달리하고 있다.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그리고 평생교육시대 핵심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진정한 패러다임 시프트로 작용하게 되기를 기대하며, 직업교육개혁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개혁이 조기에 추진되어 전문대가 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양성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ㆍ인천재능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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