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하던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그룹의 대표격인 김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그룹 범주류를 대표하는 문재인 의원이 당 혁신 해법을 놓고 정면 충돌한 것이다. 발단은 김 대표가 14일 발표한 '당원 중심 혁신화 방안'이었다. 문 의원이 16일 이 방안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하자 김 대표가 17일 반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당과 당 지도부에 집중된 권한을 당원에게 내려 놓겠다"면서 "대표와 지도부의 가장 큰 권력처럼 얘기되는 공천권도 철저히 당원에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당 혁신에서 분권화와 개방화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분권화는 폐쇄화가 아니다"며 문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앞서 문 의원은 16일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들과 북한산 등산을 하면서 "더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일반 시민이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정당구조가 돼서 국민정당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당원은 불과 몇만 명이고,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어서 당원 중심이면 일반 국민들 의사와는 동떨어질 위험성이 많이 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당원 중심으로 가려고 하더라도 보다 개방적인 구조가 되는 게 전제"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그나마 확고했던 (국민)참여 이런 것 다 잘라 버리고 당원 중심으로 가는 건 현실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이 김 대표의 당원 중심 혁신화 방안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아프게 비판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의견 충돌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당원주권 노선'과 '시민참여 노선'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 대표는 지난 5∙4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도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며 일관되게 '당원 주권'을 주장해 왔다. 반면 문 의원 중심의 친노 범주류 측은 SNS를 통한 '온-오프라인 정당' 추진 등 시민의 당무 참여를 대폭 확대할 것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당 주변에선 이번 공방이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권의 향배를 둘러싼 '당원 중심'과 '시민 참여' 두 노선의 전초전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문 의원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당원 중심과 시민 참여를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시민 참여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면 된다"며 심각한 견해 차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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