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한국시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 골프장(파70ㆍ6,996야드) 18번홀(파4). 저스틴 로즈(33ㆍ잉글랜드)가 마지막 18번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뒤 하늘을 쳐다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두 홀을 남겨둔 필 미켈슨(미국)에 1타 앞선 로즈는 우승을 예감한 듯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로즈는 메이저대회 우승을 보지 못하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감격에 젖었다. 주니어 시절 로즈를 지도하고 때로는 캐디백을 멨던 아버지 켄 로즈는 2002년 57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로즈는 경기 후 "아버지가 생각이 나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43년 만에 잉글랜드 역사를 쓰다
로즈가 제113회 US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최종 합계 1오버파 281타를 적어낸 로즈는 필 미켈슨(3오버파 283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44만달러(약 16억2,000만원)다.
로즈는 US오픈에서 1970년 토니 재클린 이후 43년 만에 우승한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 또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는 1996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닉 팔도가 우승한 이후 17년만이다. 로즈는 이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8.19점을 받아 지난주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메이저 무관 징크스 탈출
로즈는 1998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한때 세계랭킹 3위까지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지만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대회에 모두 37차례 출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PGA 챔피언십 공동 3위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각각 4승씩 거둔 세계 정상급 선수였지만 메이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로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영국신문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과 인내심을 잃지 않는 것이 메이저 우승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로즈의 말처럼 이번 대회는 언더파를 친 선수가 없었다. 인내심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고, 최후의 승자는 로즈였다.
우드를 퍼터처럼
미켈슨보다 3타 뒤진 채 4라운드에 들어간 로즈는 10번홀까지 1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타 차로 앞선 채 18번홀(파4)에 오른 로즈는 두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보낸 뒤 페어웨이 우드를 꺼내들었다. 4~5m 되는 거리에서 우드를 퍼터처럼 사용해 홀 가까이에 붙인 로즈는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낸 뒤 미켈슨을 기다렸다. 연장전을 위해선 18번홀 버디가 필요했던 미켈슨은 마지막 홀에서도 보기를 적어냈다.
자존심 구긴 '골프황제'
미켈슨은 퍼트 난조에 시달려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준우승에 머물렀다. 미켈슨은 US오픈에서 무려 여섯 차례나 준우승하는 징크스를 남겼다.
아마추어 재미동포 마이클 김(20)은 10오버파 290타로 공동 17위에 올라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통산 15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렸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또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13오버파 293타를 적어내고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쳤다. 1996년 프로 전향 이후 US오픈에서 나온 최악의 성적(언더파 기준)이다. 우즈는 2006년 US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12오버파를 기록하고 컷 탈락했고 2003년 PGA챔피언십에서도 12오버파의 성적을 냈다.
우즈는 "생각했던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어느 대회든지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다"고 짧게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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