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다른당 의원 출입막은 질서유지권 발동은 위법"
회의장 막은 국회경위 밀친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죄 해당 안돼
지난 2008년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고 다른 당 소속 위원들의 출입을 막은 채 회의를 강행한 것은 정당한 질서유지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조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폐쇄된 외통위 회의장에 민주당 의원들을 들여보내기 위해 출입문 앞에 배치된 국회 경위들의 옷을 잡아당기고 밀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민주당 당직자 손모씨 등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누구도 국회의원이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데 국회 경위들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것은 박진 외통위 위원장의 출입 봉쇄와 같은 위법한 조치를 보조한 행위”라며 “손씨 등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만 성립하는데 이 경우에는 위법한 조치에 대항한 것에 불과하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다른 정당 의원들의 회의장 출석권을 박탈하면서까지 비준안 상정 절차를 강행해야 할 긴급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국회 경호 업무를 담당한 경위가 상임위원회 위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손씨 등이 회의장 출입문을 망치로 내리치고 집기를 부순 혐의(공용물건손상)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원심이 그대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손씨 등은 2008년 12월 외통위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에 관한 여야 간사협의가 결렬된 후 박진 위원장이 사전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다른 정당 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막은 채 비준안을 단독으로 상정하려고 하자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국회 경위를 밀치고 집기를 부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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