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습니다. 달리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경찰 윗선의 수사압력과 개입을 폭로했던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은 14일 검찰 결과 발표를 두고 말을 아꼈다. 경찰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사건 초기 두 달간 사건 수사를 맡았다 2월 3일 갑작스러운 전보발령으로 사건에서 손을 떼야 했던 권 과장은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4월 18일 "서울청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정원 사건 수사 내내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를 강조했던 권 과장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야 앞으로 경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이 제기한 경찰 상부의 수사 방해와 은폐 시도는 검찰에서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증거 은폐ㆍ조작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으로는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배제하고 국정원법 위반만 적용했던 경찰 수사결과가 검찰에서 크게 바뀐 데 대해 권 과장은 "통렬히 반성할 부분"이라면서 "조직에서 뭔가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전보발령을 받기 직전 중간지휘서에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권 과장은 윗선의 개입을 공개한 데 대한 심적 부담이나 후회가 없었는지에 대해 단호한 표정으로"수사관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라며 돌려 말했다.
일선 경찰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경찰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 수사라고도 할 수 없었다"며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사건을 조직이 깨지는 아픔을 무릅쓰고 환골탈태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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