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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피아 독식이 좋은 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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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피아 독식이 좋은 관치?

입력
2013.06.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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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에서 퇴직한 A씨. 안팎의 신망이 두터웠던 그는 퇴직 전부터 유력한 모 금융협회장 후보로 꼽혔다. 뛰어난 전문성과 업무능력을 갖췄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기에 그를 적임자로 꼽는데 주저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는 금융 경험이 전무한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출신에게 돌아갔고, A씨는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 고위관료가 모피아 선배를 금융협회장에 앉히기 위해 A씨를 밀어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A씨는 "다른 자리를 알아봐줄 테니 포기하라"는 연락을 받고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여 년을 금융권에서 일해 온 전문가에게도 관치(官治)금융의 대명사인 모피아는 넘기 어려운 거대하고 견고한 벽이었던 셈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역시 모피아"라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금융공기업과 금융단체 수장은 물론 대형 민간 금융회사 CEO까지 금융권 요직이라는 요직은 모두 모피아 차지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는 이도 간혹 있으나, 대다수는 모피아 세력 확장의 결과물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모피아의 '제 식구 챙기기'는 염치와는 담을 쌓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승진을 위해 길을 터주는 선배에게 수억~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회사 CEO 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후배 관료들 사이에서 불문율로 통한다. MB정부에서 모피아의 대부 격이던 강만수씨가 재정경제부 장관을 끝내고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자, 모피아 후배인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강 회장의 연봉을 올려야 한다"고 지원 사격을 했던 게 대표적이다. 모피아에겐 공무원 시절 '철밥통'이 퇴직 후 '금밥통'이 되는 게 현실이다. 모피아라는 용어도 서로의 뒤를 봐주는 고시 출신 금융관료들의 패거리 문화를 빗댄

이처럼 모피아 독식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13일 "좋은 관치도 있고, 나쁜 관치도 있다"고 엄호에 나서 구설수에 올랐다. 조 수석이 언급한 '좋은 관치'가 과연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안면몰수하고 노골적으로 제 식구를 챙기더라도 성과만 좋으면 괜찮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그간 수많은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회사 수장을 거쳐갔음에도 금융경쟁력이 세계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뭘로 설명할 텐가. 조 수석의 '좋은 관치'가 모피아 출신을 치하하는 '관치(官致)'로 들렸던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대혁 경제부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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