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전날 노대래 공정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전경련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입장을 공개 비판하고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6월 국회에서 입법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 위원장이 신규순환출자금지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조속한 입법화를 주장한 것에 대해 하나하나씩 반박했다.
노 위원장은 전날 한 포럼에서 "현재 우리기업은 M&A에 필요한 자금을 자기자본(현금성 자산), 증자, 차입 등의 방법으로 조달해 오고 있다. 과거 대형 M&A 사례를 보더라도 순환출자를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없다"며 신규순환출자금지 입법화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이에 대해 증자, 차입, 현금자산을 통한 M&A자금 조달은 모두 부작용이 있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과거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인수 사례를 들며 "증자를 통한 M&A자금 조달은 지분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는 증자를 통해 기아차를 샀고 증자로 지분율이 낮아지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아차가 다시 현대차 주식을 사는 순환고리를 형성했다"며 "하지만 쌍용차는 이런 부담 때문에 국내 매각대상을 찾지 못해 해외에 매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입의 경우엔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다"며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의 경우 지분율이 떨어져 경영권 방어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M&A 자금 조달방법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배 본주장은 또 "현금자산 역시 운영경비일 뿐 M&A 자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162조원으로 시가총액 224조원의 삼성전자를 살 수 있지만, 삼성을 사지 않는 이유는 현금성 자산의 절반이 원재료, 부품비,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자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순환출자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경영권 불안으로 인한 방어비용 증대 ▦투자위축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으로 인한 국부유출 등 부작용이 커 규제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배 본부장은 "'경쟁제한성'이 아닌 '경제력 집중' 여부만을 문제 삼아 일감몰아주기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면 처벌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이 "수직계열화와 같이 정상적인 내부 거래는 막을 이유가 없다"고 한데 대해서도 배 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는 때에 따라 공정위가 기업제재 수단의 활용도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범위를 확실히 좁혀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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