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가 인근 학교 학생들의 '햇빛 쬘 권리'를 침해한다며 층수를 대폭 줄이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 강형주)는 13일 학교법인 단국대학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학교(단대부고, 단국공고, 단대부중)의 일조권이 침해된다"며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결정이 확정되면 조합 측은 건설중인 아파트 17개 동 가운데 학교와 인접한 2개 동의 층수를 14~18층(원안은 35층) 넘게 지을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학교(단국공고)에 발생하는 일조방해는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대부고와 단대부중 등에 대해서는 "아파트의 공사를 중지해야 할 만큼 침해가 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도시지역에서의 제한된 공간으로 인해 건물의 고층화가 불가피한 점, 일조권 침해는 금전을 통해 일부 배상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본안에서는 달리 판단될 여지는 있다"며 본안 소송에서는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청실아파트는 1979년 학교 남쪽에 36m 높이로 지어졌다가 지난해 7월 철거됐고, 현재 '래미안 대치 청실'이라는 이름으로 지상 35층(약 104m) 높이에 17개동 규모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학교재단은 기존 60%의 일조권 침해가 재건축 이후에는 100%로 급증한다며 층수를 줄일 것을 요구했으나, 층수를 조정하면 230여가구가 줄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조합 측이 공사를 강행하자 소송을 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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