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예술가이지만 불행한 한국 현대사에 치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카자흐스탄 국적의 한인 작곡가 정추씨가 13일(현지시간) 오후 1시께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독일에서 망명객으로 눈을 감은 작곡가 윤이상처럼 남북 분단의 비극을 온몸으로겪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 후 친일파가 득세하자 1946년 월북, 평양음대 교수로 있다가 1953년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다. 차이코프스키음악원 졸업 작품인 '조국'으로 이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심사위원 만점을 받을 만큼 재능이 탁월했지만, 1958년 소련에 유학 중이던 북한 학생들의 김일성 우상화 반대 운동을 주도하다가 도망자 신세가 됐다. 북한의 송환 요구에 구소련 당국은 그를 카자흐스탄으로 추방했다.
추방 후 17년 간 구소련이 공민증을 주지 않아 무국적자로 지내면서도 중앙아시아에 흩어진 고려인의 노래 1,000여 편을 악보로 채록했고, 민족적 색채가 강한 작품을 남겼다. 1961년 구소련의 인류 최초 유인 우주선 발사 현장에서 그의 곡이 연주됐고, 카자흐스탄 음악 교과서에는 그의 작품 60여 곡이 실려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나탈리아 클리모츠킨나와 딸 릴리ㆍ야나, 손녀 엘리나 등이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