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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자본주의, 공유경제 현장을 가다] <5> 한국형 공유경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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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자본주의, 공유경제 현장을 가다] <5> 한국형 공유경제의 미래

입력
2013.06.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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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컴퓨터공학과 재학생 최장호(22)씨는 2월 말 서울 종로구 권농동 한옥을 개조한 셰어하우스 '우주(WOOZOO)' 1호점에 입주했다. 셰어하우스란 거실과 부엌 등 공동 공간이 있는 집을 여러 명이 나누어 쓰는 주거 형태다. 임대료는 원룸 수준이면서도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동거인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유럽, 일본 등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 출신인 최씨는 "서울에 와 학교 기숙사와 하숙집에서 살아봤는데 비용에 비해 주거 공간이 취약했다"며 "비용이 합리적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우주에 입주했는데 삶의 질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유경제

우주는 사회적 기업 피제이티옥이 만든 셰어하우스 브랜드로 서울의 빈 집이나 오래된 집을 빌려 개조한 후 대학생, 사회초년생, 외국인 등 주거취약 계층에 재임대해 주는 사업이다. 월세가 터무니 없이 비싼 서울에서 주거취약 계층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월세는 대학생은 30만원, 직장인은 40만~50만원 선으로 책정했다. 1호점이 들어선 후 석 달 만에 5호점까지 문을 열었고 총 입주자는 20명으로 늘었다. 올해 말 15호점을 여는 것이 목표다.

우주는 1인 가구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해외의 일반적인 셰어하우스와 차별화했다. 김정헌 피제이티옥 대표는 "서울의 주거 취약 계층은 잠 자는 것 외에는 다른 생활이 불가능한 고시원과 원룸으로 내몰린다"며 "이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우주는 공동 공간을 중심으로 방을 배치해 입주자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설계된다. 입주자들도 엄선한다. 김 대표는 "서촌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4호점 입주인들은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선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위즈돔의 한상엽 대표가 지혜 공유 서비스라는 사업을 구상한 것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때문이었다. 그는 경영학과에 진학해 성공하는 법을 찾았지만 성공은 단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변호사 부모를 둔 아이들의 법대 진학률이 높은 것처럼 집안과 계층 차이가 학력 차이로 이어져 양극화가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대학 밖에서 고급 정보가 오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했다.

위즈돔은 전문 지식·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웹 상에 전시해 그들이 일반인과 만나도록 주선하는 취지로 개설됐다. 사이트에는 외국계 회사원의 입사 비법, 의사가 가르쳐주는 다이어트 방법, 벤처 투자사 대표가 전수하는 창업 노하우 등 다양한 강의가 개설돼 있다. 가르쳐주는 사람을 위즈도머, 배우는 사람을 위즈도미라고 부르는데 지난해 3월 시작된 이후 1년 여간 약 400명의 위즈도머와 4,000~5,000명의 위즈도미가 만났다.

한국의 공유경제는 사회적 경제의 연장선에서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 이해보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단체·기업들이 공유경제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즈돔과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 등 국내 공유경제 기업에 투자한 소셜벤처 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의 임준우 이사는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유경제 자체가 IT 기술 기반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나이 든 세대의 참여율은 낮은데 최근에는 세대간 격차와 기술장벽을 줄일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도 나온다"며 "이들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부모 세대의 풍부한 경험이 다음 세대의 기술적 플랫폼을 통해 사회에 공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공유도시를 선언하다

제주에서 시작한 후 2월 서울시 나눔카(카셰어링)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돼 서울에서도 서비스를 런칭한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의 김지만 대표는 "서울은 세계 어느 곳보다 더 카셰어링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시민들이 반드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유사시에만 사용하는 공유 자동차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인구 밀도가 높아 공유 자동차 가동률도 높아질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쏘카는 카셰어링을 통한 합리적 소비와 환경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에는 쏘카의 타깃인 개인적 필요와 사회의 이득을 동시에 고려하는 젊고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도 성공 전망 이유다. 김 대표는 "국내 공유경제가 뿌리 내리려면 초기 성공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등장해야 공유경제가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규모가 지속 가능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유도시를 선언하고 공유촉진조례를 제정, 공유경제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시가 주도하기보다 민간 움직임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로 시의원, 법 전문가, 학계·기업계 인사 등을 포괄한 공유촉진위원회를 구성, 민관 협력을 꾀하고 있다. 4월에는 서울시 지정 공유단체·기업 27곳을 선정했으며 이중 12곳에 2억원의 사업비, 나머지 단체·기업에는 통합 브랜드·슬로건 사용권 등의 행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6월 중에는 시민들이 공유단체·기업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 '서울공유 허브'를 공개한다. 2월에는 시 차원의 카셰어링 서비스인 나눔카 사업도 시작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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