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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전문성보다 도덕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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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전문성보다 도덕성이 먼저다

입력
2013.06.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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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따온 것이다. 원문 그대로는 아니다. "도덕성만 있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일을 잘 못할까? 도덕성이라는 게 단순히 법 잘 지키고 세금 잘 내고 이런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닐 것이다. 도덕성의 핵심은 사심이 없고 책임감이 있으며 자기 통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말을 읽어보면 전문성과 도덕성의 문제가 더 분명해진다. "기본적으로 도덕성이 높으면 일을 못할 수가 없다. 도덕성이 있다는 의미는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니 모르면 공부를 해서라도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정말 능력이 모자라 못할 것 같으면 사심 없이 스스로 포기할 줄 알 것이다." 그렇다. 도덕성은 전문성보다 훨씬 더 중요한 능력이며 자질이다.

전문성과 도덕성 이야기를 하는 것은 원전 비리 때문이다. 원전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사실이 드러나자 정부가 시험성적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원전업계의 고질적 유착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나라 전체의 기풍을 바로잡는 일신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원전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도 지적한 대로 역대 정부는 그 동안 무엇을 했길래 이런 비리와 악이 광범하고 뿌리 깊게 온존할 수 있었을까? 결국은 역대 대통령의 잘못이다.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은 전문성에 대한 감별능력이 없는 데다 도덕성을 경시 또는 무시한 채 전문성에 편향된 인사를 해온 탓이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는 소중한 사회자산이다. 독보적인 식견과 전문적 경험을 통해 특정한 현안에 대해 정확한 답을 구해내고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전문가의 할 일이다. 전문가를 신뢰하고 존중하고 우대하는 것은 그런 존재의의 때문이다.

전문가의 식견과 경험은 근본적으로 독점적이며 배타적이다. 독점적이고 배타적이지 않은 전문성은 생명력이 없다. 자연히 폐쇄적인 그들만의 공간과 세계가 형성돼 견고하게 강화되기 마련이다. 흔히 하는 말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고, 전문성을 과장 위장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그런데 시각을 달리하면 이런 독점성과 배타성은 다른 분야로부터의 분리와 고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분리와 고립은 소외와 배제로 귀결된다. 핵 발전의 안전성과 같은 의제는 특정 전문가 집단의 것일 이유가 없는데도 원자핵공학 전공자들이 전문성을 내세워 과실을 독점함으로써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제대로 된 전문가는 청렴하지만 그렇지 않은 전문가들이 더 많다. 도덕성이 없는 전문성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사적 이윤동기가 작용할 경우 사기나 왜곡 조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전문성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도덕성을 중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는 것이다. 장관 차관 및 공기업 임원을 비롯한 공직 인사부터 달라져야 한다. 또 어려서부터 각급 학교 교육을 통해 정직성 도덕성을 함양토록 해야 한다. 이공계적 전문성이 중시되고 강조되는 분야일수록 인문학적 정서 배양과 교육이 절실하다.

국회는 지금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중시해야 할 것은 전문성보다 도덕성 정직성이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가 시시콜콜한 통계를 모른다고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것은 유치한 일이다.

중국 한(漢) 선제(宣帝) 때의 재상 병길(丙吉)은 길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다가 봄철인데도 소가 혀를 빼물고 헐떡이는 것을 보자 놀라 수레를 멈추고 물으며 농사 걱정을 했다고 한다. 병길문우천(丙吉問牛喘)의 고사다. 천하의 걱정거리를 남보다 앞당겨 근심하고 즐거운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기는 자세, 이런 것이 전문성보다 더 중시되고 우대돼야 할 덕목이다. 바로 이런 자질이 도덕성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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