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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6월 14일] 내부고발자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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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6월 14일] 내부고발자의 수난

입력
2013.06.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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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스에는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 실상을 폭로하는 기사가 6개 면에 걸쳐 실렸다.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 부패한 디엠 정권에 대한 지원, 통킹만 사건 조작 등 추악한 모습이 드러났다. 1급 기밀문서를 넘긴 인물은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 박사인 대니얼 엘즈버그. 맥나마라 국방장관 밑에서 문서작성에 참여했던 그는 반전집회에 참석했다가 진실과 정의에 눈떴다. 미국 정부는 온갖 혐의를 씌워 매장하려 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 이라크 주둔 미군의 민간인 살해 행위 등을 폭로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재판 없이 3년 간 불법 구금돼있다. 바그다드에서 정보분석병으로 일한 매닝은 72만 건의 비밀외교 전문 등을 위키리크스에 넘겼다. 간첩죄와 반역죄 등 22개 죄목이 씌워져 지난주 시작된 재판에서 종신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적으로 매닝 일병에 대한 석방운동이 전개돼 청원 서명자가 50만 명이 넘었다.

▲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고발한 전 CIA 직원 애드워드 스노든도 수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사법ㆍ정보당국은 물론 의회까지 나서 법적 기소와 송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콩에 머무르고 있는 그의 신병처리가 미ㆍ중 관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 내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배신자라는 비난과 개인 자유를 보호한 영웅이라는 상반된 평가로 들끓고 있다.

▲ 정권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들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1990년 대기업 부동산 감사 중단 사실을 폭로한 이문옥 감사관, 같은 해 보안사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92년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등은 대표적인 '양심의 호루라기'들이다. 그러나 내부고발의 대가는 '영웅' 대접이 아니다. 배신자로 몰려 직장에서 쫓겨나고 구속되기도 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도 직원들의 내부고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도 예외 없이 파면되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세다. 내부고발을 장려하면서도 실제로는 제약하고 처벌하는 이중적 구조가 해결돼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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