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6월 14일] 내부 단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6월 14일] 내부 단속

입력
2013.06.13 11:33
0 0

격렬한 찬반 논란 끝에 전교조가 설립된 것이 내가 중학교 다닐 무렵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도 선구적으로 교육 운동을 벌이는 선생님이 있었다. 기술 과목을 가르치는 분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악명이 높았다. 그 악명은 단연코 그의 가혹한 체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는 주로 가난하고 성적이 낮고 용모가 불량한 아이들에게 혹독했는데, 한 번은 준비물과 숙제를 해오지 않은 아이들을 불러내 하이킥, 로킥, 이단 차기 등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폭력의 대상에서 운 좋게 벗어난 아이들에게 그는 눈을 감고 있을 것을 명령했지만 나는 실눈을 뜨고 그의 범죄를 다 지켜보았다. 발차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은 깡통처럼 나가 떨어졌고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마저 일었다. 나는 그날 살아 날뛰는 악마를 보았다.

그런 그가 참교육을 기치로 내건 전교조 운동을 한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었다. 전교조를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사춘기 시절 그 선생님에게서 받은 끔찍한 인상 때문임은 물론이다.

좋은 일에는 언제나 나쁜 일이 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선이나 정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하는 일에는 철저하고 엄격한 내부 단속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심리적인 면에서만큼은 예측 가능하지 않은 폭력과 죄악에서 더 큰 상처를 받는 법이다.

소설가 김도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