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 대화의 틀·구조 안정화가 우선이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 대화의 틀·구조 안정화가 우선이다"

입력
2013.06.12 18:35
0 0

6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당국회담이 대표단의 급(級)을 둘러싼 이견으로 무산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검증받을 것으로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시험대에 오르기도 전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취약한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에 나섰다 도리어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남북관계는 그만큼 깨지기 쉬운(fragile) 약한 구조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틀 내지는 구조의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국회담 무산을 두고는 남북 모두에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은 먼저 회담을 제안하고서 우리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아 회담을 틀어버린 데서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장관급 회담을 당국회담으로 격을 떨어뜨린 뒤 우리측에 장관급 대표를 요구한 것은 트집 이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유독 남한에만 강대국 행사를 하려는 나쁜 습관이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측도 수석대표의 급 문제와 관련해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초 장관급 회담을 요구해 놓고 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낼 기미가 없자 막판에 차관급 대표를 통보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대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김양건 부장을 우리의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거물로 인식하고 처음부터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남북이 각기 과거와 미래의 원칙을 고집함으로써 충돌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주로 내각참사를 대표로 내세웠던 북한은 이번에도 급이 낮은 조평통 사무국장을 대표로 내세웠고 우리측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확립하겠다는 원칙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대화틀에 익숙한 북한은 박근혜정부에 대한 신뢰가 아직 없고 우리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강조하며 김정은체제 길들이기에만 몰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남북관계가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충고다. 원칙만 강조하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실질적인 남북관계의 동력은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모두 유연성을 보이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 임기 5년동안 회담다운 회담을 한번도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의 신뢰 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만큼 대화의 틀과형식의 안정화 작업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남북간 불신의 골이 너무 깊기 때문에 실무회담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남북회담 정상화를 위해 '직급대조표를 만들자'(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회담의 격을 총리급으로 격상시키자'(민주당 박지원 의원) 는 등의 구조 안정화 방안이 속속 제안되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