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속도전쟁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번엔 LTE보다 4배나 빠른 '이중 광대역'분야다.
이중 광대역이란 LTE보다 2배 빠른 광대역 주파수를 또다시 2배로 확장한 것으로, 결국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속도를 지금보다 4배나 빠르게 하는 서비스다. LTE가 1차선 도로 위로 데이터를 통행시키는 것이라면, 이중 광대역은 4차선 도로로 확장해 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중 광대역은 서로 다른 주파수를 하나의 주파수처럼 사용하는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 기술을 이용해, 서로 다른 2개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속도를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퀄컴은 2015년 말 새로운 CA 기술을 내장한 통신 반도체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2016년에 나오는 스마트폰은 무선 인터넷 속도가 현재 75메가(Mbps)의 4배인 300Mbps가 나오게 된다. 속도뿐 아니라 주파수 용량도 늘어나 많은 이용자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현재 나와 있는 LTE용 반도체는 CA 기술을 적용해도 기존 LTE보다 2배 이상(150Mbps) 빨라지기 힘들다.
SK텔레콤은 하반기에 LTE보다 두 배 빠른 광대역서비스(LTE-어드밴스)를 우선 시작한 뒤 이중 광대역을 준비할 예정이다. KT도 이중 광대역 채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석채 회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3조원을 투자해 기가인터넷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이 2016년에나 상용화가 가능한 이중 광대역 준비를 서두르는 이유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관련 스마트폰이 나와도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업체들은 이중광대역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물 간 통신'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끼지 통화하거나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 각종 기기에 인터넷 기능이 내장되고 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스마트폰에 전송하거나 인터넷에 저장하는 데 활용된다는 뜻이다.
관건은 주파수다. 이중 광대역 서비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이동통신사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8월 말 경매로 내놓을 1.8㎓ 주파수부터 치열한 이중 광대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T이다. 이번에 배분되는 1.8㎓ 주파수대역은 기존에 KT가 갖고 있던 1.8㎓ 주파수대역과 나란히 붙어 있기 때문이다. KT는 인접한 두 1.8㎓를 하나로 붙여 광대역 서비스를 바로 시작하고 2016년에 퀄컴 칩이 나오면 이중 광대역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현재 갖고 있는 1.8㎓ 주파수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경매에 나오는 대역을 차지해도 붙여서 쓸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1.8㎓ 주파수대역 경매 자체가 KT를 위한 특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는 "KT가 1.8㎓ 주파수를 가져가도 특혜가 되지 않도록 2016년 이후에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KT는 "주파수를 받아 놓고 쓰지 말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통신시장의 승부는 이중 광대역 서비스에 달려 있다"면서 "이번 1.8㎓ 주파수경매가 그 전초전과 다를 바 없어 그만큼 신경전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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