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2009년 한차례 감소했던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5.3도 더 올라 억제 목표치의 2.7배에 이를 것으로 우려됐다.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1.4% 늘어 사상 최고치인 316억톤을 기록했다. IEA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3.6~5.3도 상승하는 추세에 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마리아 반 더 호벤 IEA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대응 문제가 각국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전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초래된다는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으며 IEA는 경제적 고통 없이도 2도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서 각국 정부에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중국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한 3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투자와 에너지 효율 증가로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최근 10년 내에 가장 낮았지만 지구 온도 상승 억제 목표치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지난해 2억톤을 배출해 전년보다 3.8% 떨어졌다. 에너지 공급원을 상당 부분 화석연료에서 가스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소 중 3분의 2가 이산화탄소이며 나머지는 메탄 등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가스들이다.
세계 각국의 기후 담당 실무자들은 이번 주 독일 본에서 회의를 열고 2015년 채택할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논의할 예정인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감축량을 어떻게 할당하느냐가 관건이다. 개발도상국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45%에서 현재 60%로 증가했다.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개발도상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현재의 기후변화 책임은 그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제약 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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