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 전 암수가 협력해 배설물로 경단을 만들고 굴린다고 해서 '맞벌이부부'라는 별명이 붙은 긴다리소똥구리가 20여년만에 발견됐다.
11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0년 강원 철원과 양구에서 발견된 이후 최근까지 분포가 확인되지 않았던 긴다리소똥구리 한 쌍이 강원 영월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에서 '말똥구리', '꼬마쇠똥꾸리'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긴다리소똥구리는 뒷다리 발목마디가 가늘고 길며 둥근 알 모양에 광택이 없는 검은색으로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가 쓴 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곤충이다.
긴다리소똥구리는 산란을 앞둔 5월초 암수 한 쌍이 동물 사체나 배설물을 이용해 약 12㎜ 크기의 경단을 만든 뒤 땅 속에 놓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이 알이 부화해서 애벌레가 되면 경단 모양의 배설물을 파먹으며 자라 8월쯤 성충이 돼서 나온다. 생물관 관계자는 "대부분 곤충들은 산란 과정에서 수컷의 역할이 한정적이지만 긴다리소똥구리는 부부가 공동으로 경단을 만들고 굴려서 옮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소똥구리과는 33종으로 이들 중 동물의 배설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종은 멸종위기종Ⅱ급인 소똥구리를 포함해 왕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등 3종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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