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해 5월 제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대주주 유상증자, 외자유치 등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금융당국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부실은 더욱 누적돼 정상 영업이 어려울 지경이다. 감독규정 상으론 이미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어야 하는데도, 금융당국은 계속 손을 놓고 있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업계 1위 저축은행을 추가 퇴출시키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솔로몬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중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을, 현대스위스 측에는 그 아랫단계인 경영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는 현대스위스 측이 제출한 김광진 회장의 유상증자 및 외자유치, 계열사 매각 등의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였다.
이어 올해 3월 일본의 벤처 사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유한 금융회사 SBI홀딩스가 현대스위스를 인수하면서 자구계획은 성공하는 듯 했다. SBI홀딩스는 현대스위스 및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에 총 2,375억원을 증자, 금융당국이 요구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7%를 맞췄다. 그런데 SBI홀딩스가 현대스위스를 인수한 이후 금감원 등이 정기검사를 벌인 결과 수천억원의 추가 부실이 또 드러났다. 3월 말 기준 누적 당기순손실은 3,766억원에 달했으며, BIS비율 역시 영업정지 수준인 -7.2%였다. 금감원은 영업 정상화를 위해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현대스위스 측에 경영개선을 요구하며 부여한 1년의 시간은 지난달 4일 완료됐다. 이 기간 동안 철저한 자구노력이 이행되지 않으면 경평위를 거쳐 경영개선명령(영업정지)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대스위스 측은 추가 증자 규모가 커 내년 3월까지 분납하겠다는 의사를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스위스 관계자는 "SBI홀딩스가 증자 방식을 놓고 금감원과 협의 중"이라며 "협의 자체가 증자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이미 투입한 대주주(SBI홀딩스)가 추가 증자를 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금감원이 경영개선 요구 기간에 부실을 털어내지 못한 현대스위스에 대해 후속 조치를 계속 유예해주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 특혜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인사는 "지난 1년간 자구계획 이행에 실패한 저축은행에 대해 실행 여부가 의문시되는 추가 증자를 무작정 기다려준다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설령 추가 증자를 허용하더라도 원칙대로 경영개선명령 절차 속에서 진행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새 정부 초기에 업계 1위 저축은행이 문을 닫을 경우의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금감원이 봐주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업계 1위 저축은행을 퇴출시킬 경우의 파장을 우려해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최건호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기한 내 경영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후속 조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을 뿐 특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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