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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배려 참 뜻 실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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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배려 참 뜻 실천할 뿐"

입력
2013.06.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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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8시 강원 원주시 원동 밥상공동체 행복센터. 50대 남자가 빗자루를 들더니 건물주위를 부지런히 쓸기 시작했다. 잠시 뒤 건물 안으로 향한 그는 곳곳의 먼지를 쓸고 닦더니, 무료급식이 시작되자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 봉사활동에 나섰다.

10여 년 째 하루도 봉사활동을 거르지 않는 이 사람은 이도열(56)씨. 그는 한 때 죽고 싶을 만큼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이다.

14년 전인 1999년 12월초 고향인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던 그는 집을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무작정 원주 땅을 밟았다. 아내를 찾지 못한 그는 돈이 떨어지자 원주역에서 노숙생활을 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무리하게 농지를 장만하려다 진 빚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들떠 있었지만, 삶의 의욕이 떨어진 이씨는 정말 죽고 싶었다.

“아무리 찾아도 아내는 없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으니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그야말로 빈털터리 신세였죠. 정말 춥고 배고파 무작정 밥상공동체 무료 급식소를 찾아갔어요.”

이씨의 인생은 밥상공동체 무료급식소를 찾은 그 해 마지막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밥상공동체 대표인 허기복(57) 목사의 소개로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며 집수리 일을 거들었고, 운전면허를 따 조그만 고물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이 눈에 밟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지금 처지가 부끄러워 세상과 등지려 하는 이는 정말 비겁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가슴 속에 깊이 새기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씨는 1년 만에 노숙자 쉼터를 나와 원주시내에 작은 방 칸과 조그만 고물상을 마련해 두 아들과 함께 살게 됐다. 특히 그는 ‘감사’와 ‘배려’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시간 날 때 마다 무료급식소를 찾았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기를 자처했다. 얼마 전에는 직접 폐지와 고철을 주워 어렵게 마련한 돈을 밥상공동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봉사는 그의 삶의 일부가 됐다.

이씨는 “원주시내의 한 제과공장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자신과 같은 상처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고 했다. “아픈 일도 있었지만 세월이 약인 것 같아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생겨서 희망을 찾았어요.”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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