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기가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김모(103)씨. 그러나 함께 사는 며느리(66)는 김씨의 기저귀도 갈아주지 않고 김씨에게 툭하면"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뱉기 일쑤였다. 보다못한 요양보호사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학대사실을 신고했고, 김씨는 요양시설에 입소하면서 며느리의 학대에서 벗어나게 됐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老)-노(老) 학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노인학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의 노인학대자는 1,314명으로 2010년(944명)의 1.4배로 늘었다. 전체 학대행위자 가운데 60세 이상의 비율도 2010년 27.1%에서 지난해 34.1%로 증가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노년세대에 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노인 학대 가해자의 생활수준은 저소득 이하(54.6%)가 절반 이상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정서적인 학대(38.3%)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신체적 학대(23.8%), 방임(18.7%)순이었다. 스스로 식사도 않고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자기방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자기방임(394건)은 2010년(196건)에 비해 거의 2배 늘어났다.
보건당국은 노인들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노인 일자리 확대 등의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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