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변호사
우리나라의 곡물자급율은 2011년 기준 22.6%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특히 콩의 자급율은 6.4%, 옥수수는 불과 0.8%로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곡물수출국의 곡물재배 환경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밥상에 관한 일이니 우리가 모른 척할 수 없는 처지이다. 최근 곡물재배환경의 뜨거운 이슈는 바로 유전자변형(GM) 농산물 논란이다.
2011년 우리나라에 수입된 GM 농산물은 187만5,000톤인데, 모두 식용 또는 사료용 옥수수와 콩이었다. 수입된 식용 옥수수 중 GM은 102만톤으로 전체 옥수수의 49%, 사료로 쓰이는 수입 옥수수는 거의 100% GM 이었다. 수입 식용 콩은 75%가 GM콩이었다. 그런데 이 통계는 원래 모습이 유지된 채 수입되는 곡물에 대한 통계일 뿐 현지에서 가공되어 기름이나 가루의 형태로 수입되는 곡물은 제외돼 있어 가공품까지 포함하면 GM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증가할 것이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란 인위적으로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하거나 재조합하여 원하는 특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돌연변이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돌연변이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전 세계적인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돌연변이가 새로운 독성물질의 출현, 알레르기 유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 잡초, 슈퍼 벌레의 출현 등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다국적 생명공학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GM의 안전성을 주장, 입증하고 있지만 지난달 GM 특집을 다룬 ‘네이쳐’와 같은 세계적 권위지들은 판단유보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GM 농산물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외한으로서의 소박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과학이 완벽한 것일까하는 점이다.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이 알아낸 것은 고작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도였다는데, 이 정도의 과학수준으로 생명의 깊고 오묘한 진리가 담긴 DNA를 온전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유전자 중 일부에 변형을 가하는 기술을 알게 되었더라도 그러한 변형이 전체 유전자와 그 유전자를 이어받은 후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정부에서도 미래성장동력으로 바이오기술을 꼽고 있고, 유전자기술을 이용하면 인류를 식량의 위기로부터 해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 또 세계 최하위 수준의 곡물자급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마냥 GM 농산물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할 수도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안전성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고, 나아가 그 위험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면 정부는 최소한 이러한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먹는 먹거리에 어떤 GM 농산물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현행 식품위생법이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해 표시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예외의 범위가 너무 넓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최근 시중의 과자, 두부, 두유제품 135개를 대상으로 GM 표시현황을 조사했는데, 과자의 경우 조사대상 55개 제품이 모두 수입 옥수수 또는 콩이 포함되었지만 GM 표시가 없었고, 두유와 두부도 과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되는 옥수수의 50% 가량, 콩의 75%가 GM 이고, GM이 포함된 식품은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엄연히 있는데 정작 수입 옥수수와 콩으로 만들어 시중에 판매되는 식품에는 GM 표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그 많던 GM 옥수수와 콩은 누가 먹어버린 것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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