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조가 2007년 12월 거리 농성을 시작한 이후 11일로 2,000일째를 맞았다. 노조 조합원인 여민희(39)씨와 오수영(38)씨가 지난 2월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시작한 고공농성도 이날로 126일 째다.
재능교육 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농성 2,000일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단체협약 원상 회복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촉구했다.
재능교육은 2005년부터 1,895일 동안 농성을 벌인 기륭전자 노조의 기록을 갱신하며 지금까지 가장 오랜 기간 투쟁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지난해 5월 노사의 1차 교섭이 시작된 이후 지난 5월까지 총 17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5년 6개월의 장기 농성과 계속된 교섭에도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체협약 체결과 특수 고용직 지위를 둘러싼 인식 차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확실히 한 상태에서 복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계약 해지 신분인 노조와는 단체협약 체결이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재능교육 농성은 2007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당시 사측이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 노동자라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며 단체협약을 파기하면서 시작된 농성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업 내의 노사 갈등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노동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특수 고용직의 문제가 얽혀있다. 법적으로는 '사업자'이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주에게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 성격을 띠는 '특수 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느냐가 갈등의 핵심이다.
노조측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이 "재능교육 학습 교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 성격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노조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측이 2007년 파기한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하고, 노조 인정 투쟁 과정에서 해고된 12명(1명은 암으로 사망)을 복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2005년 대법원의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는 판결을 근거로 단체협약을 해지했던 사측은 "오래 전에 계약관계가 끝난 노조원들과 단협을 하려면 재능교육 선생님 신분이어야 하는 것이 먼저"라며 노조측의 현장 복귀 후 단체협약을 논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재능교육 사태는 장기간의 노사 갈등과 복잡한 법원 판결에 이어 최근에는 노노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 해결이 더뎌지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까지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시위 중인 새 노조 집행부와 교섭을 벌였지만, 지난 2월 선출된 새 집행부와 옛 집행부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노사간 교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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