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는 의원들의 극심한 몸싸움 속에서 강행됐다.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의원들은 9일 밤부터 의회에서 농성 중이었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례적으로 개회를 전날부터 등원하는 등 11일 본회의장은 이미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개혁연대는 본회의장 입구를 가로 막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를 뚫고 당초 개회 시간보다 15분 늦게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김오영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의회 사무처 직원들에 둘러싸여 유선마이크로 개회를 선언하고 조례안을 상정했다. 김 의장은 "원안에 동의하시죠?"라고 물은 뒤 새누리당 의원들이 "예"라고 대답하자 "다수 의원들이 동의했으므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여야 의원들은 내내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으며, 야권 의원들은 "원천무효다" "반대한다" "이의 있다"고 소리쳤으나 질의와 토의 등 절차 없이 5분여만에 절차가 끝났다.
지난달 29일 폐업 신고 이후 재개원의 실낱 같은 희망을 기대했던 진주의료원은 이로써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10년 관립 자혜의원으로 출발, 도립병원과 지방공사를 거쳐 2006년 경남도지방의료원으로 바뀌어 103년의 역사를 이어온 진주의료원은 국내 공공의료 사상 최초로 간판을 내리는 오명을 안게 됐다.
해산 조례안은 16일까지 도에 이송되고 이후 안전행정부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함께 상위법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게 되지만 재의를 요청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후 남는 것은 법인 청산절차다. 이사 8명 가운데 청산인이 선임돼 채무상환 등을 거쳐 청산종결등기를 끝으로 모든 법적 절차를 마무리 한다. 도는 완전 청산까지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청산 절차가 끝나면 진주의료원 건물(지하 1층, 지상 8층, 연면적 2만9,843㎡) 및 장비를 처분하게 된다. 도는 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고가의 의료장비는 마산의료원과 도립병원 등으로 관리를 넘길 방침이다.
그러나 완전 청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잔여재산 처분과정에서 2005∼2009년 지원받은 국비 142억원에 대한 처리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벌여야 한다. 또 의료원에 남아있는 2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전원 및 퇴원을 할 때까지 진료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청산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지난달 29일 폐업과 함께 해고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은 부당해고를 인정 못한다며 해고수당을 반납하고 싸우겠다고 밝히고 있어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축이 된 '진주의료원 폐업철회와 공공의료 보장을 위한 주민투표 추진운동본부'가 추진 중인 주민투표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휴ㆍ폐업 무효화 등 릴레이 소송, 국회의 국정조사 등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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